2011년 8월 10일 수요일

비밀의 화원(花園)


어느날 갑자기 숨겨야만하는 비밀이 되어버린 화원.

얼마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장대 높이 뛰기에 출전한 중국선수의 겨털사진이 잠깐 이슈가 되었다. '어머! 중국애들은 겨털도 안미나봐, 지저분하게...' 뭐 대충 이런 의견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깔끔하게-실제적으로 깔끔하다와는 관련이 없는듯하다. 그냥 보기에- 제모를 한 겨드랑이가 언제 부터 자연스러운게 되었을까.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닌듯하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내가 중학교 때 도덕 선생님(어여쁜! 여선생님)은 수업중에 자연스럽게 손수건으로 겨드랑이 땀을 닦으셨다. 학생들도 그게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땀났으니 닦는거지 뭐..'

그런데 중3정도 쯤이었나...영어 선생님이 겨드랑이를 밀고 나타나셨다! 영어 선생님이라 양키문물의 수용이 빠르신건가.....당시 주말의 명화 같은데 보면, 양키여자사람들은 밀고 나왔던것 같고, 유럽쪽 여자사람들은 풍성한 모습으로 나왔던것 같다.여튼 그때는 영어선생님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저러다 땀이나면 그냥 밑으로 흐르는건가'하는 염려를 잠시 했던것도 같다.

대학에서의 여학우들을 떠올려 보면 겨드랑이털에 관해서 자유로운 시대 였었던것 같다. 어떤 학우는 없고, 어떤 여자사람은 있기도 하고.....시대로 치면 구한말, 신문물과 전통이 뒤섞여 있던때라고 할까...."어머 지지배 밀었구나!" "응 어제~" "난 귀찮아서 그냥 다닐려고~" 뭐 이런 대화가 오갔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밀지 않았다하여 부끄러워 하지않고, 밀었다하여 남을 탓하지 않고...)


겨털을 미는게 매너라고 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에, 1)겨털이 마찰을 줄여주기 때문에 신체건강에 좋다. 2)중국은 원래 안민다 그냥 문화의 차이니 그려려니 하자. 3)까만겨털이 섹시하다. 라는 반대측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없는게 자연스러운게 된 시대에 있는게 좋다라고 해봐야 여성동지들이 다시 기를 리도 만무하고, 매일 앞뒤 90도로 팔을 흔들면서 다니는 것도 아니라서 겨털이 주는 신체적인 이득이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왕민거 어쩌랴 그냥두자, 안밀었다고 뭐라하지 말고...]이정도 선에서 정리하는게 좋지않을까 한다.

뭐 여튼 저 사진과 달린 덧글들을 보면서 했던 생각은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던 것을 가지고, 비위생적이라느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것은 좀 그렇지 않나....하는 거다.(개인의 취향이 존중되었던 겨털 자유의 시대를 떠올려 보라.) 세상일이란 모르는 거라서 몇년 후에 다시 겨털을 휘날리며 당당하게 버스 손잡이를 잡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 않나.

그리고 겨털하면 떠오르는게 스멜인데, 별명이 곰인 친구가 있었다. [곰은 겨드랑이 스멜이 너무 심해서 아무도 그와 가까이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나타난 천사같은 아이하나가 매일 곰등에 달라붙어 업혀 다닌 후로 더 이상 곰은 외롭지 않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천사같은 그애가 누구라곤 말못한다. 얼마전에 곰이 딸내미 낳았다고 전화 했던데.....지금은 deodorant로 땜질 잘하고 다니려나....

스멜의 문제는 밀고 안밀고의 문제와는 다른게, 신체적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왠만하면 관리를 하는게 매너 아닌가 생각 한다. 예전에 헬스장에서 만난 어떤 아저씨는 궁극의 스멜이 무엇인지 나에게 알려주셨다. 그 아저씨는 어릴때 홍수에 떠내려와 냇가에서 썪어가던 돼지에 대한 소중한 추억도 상기 시켜주셨다. '덕분에 그 기억을 이제는 영원히 잊지 못하게 되었네요. 더구나 이렇게 글로도 남기게 되었으니....'






여담이지만, 겨털과는 다르게 전통적으로 비밀의 화원이었던 것이 코털인데, 코털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정리를 잘하는게 매너인듯하다. 특히나 소개팅 같은 첫만남에서 코털 미쓰는 치명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항상 어떤 일에도 예외가 있듯이, 코에 부스타를 달고 다니는 내 친구는 소개팅에서 성공을 했다. 물론 그날도 부스타를 달고 나갔다.

개인적으로는 코털을 처음 발견한 때가 잊혀지지 않는다. 제대를 한 어느날 아침....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는데 코에서 처음보는, 뭔가, 까만 것이 수줍게 손을 흔들고 있는게 아닌가...나는 '아 이 반갑고 낮선 친구 같으니라고!'라며 살며시 악수 해주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 부터,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그날부터!!! 정기적으로 코털을 정비해줘야 하는 삶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보통 신체적 변화라는 것은 미분법적으로 일어나기 마련인데, 이렇게 절도 있는 형태로 나타나리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1Q84에서 아오마메가 어느날 갑자기 두개의 달을 보게된 것처럼 갑작스러웠고, 뭔가 근본적인 변화였다고 할까. 나중에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그렇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이 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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