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해야할 보편적인 가치는 있는가.
그런 것이 있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고민하는 것일까.
지난 겨울, 평소와 같은 출근길을 예상을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눈이 미치도록 많이 와서, 차들은 빌빌거렸고 사람들은 우왕좌왕...
나는 집을 나서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지하철이 미어 터지는 듯했지만, 꾸역꾸역 몸을 밀어 넣었다. 누구는 타지 않고 다음차를 기다렸다.
신사역에 내리자, 버스들이 빌빌 기었다. 나는 어차피 타봐야 복잡하기만 하고, 시간도 늦을듯하여 걸었다.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하면서...
사무실에 와보니 어떤 동료는 눈이 온다고 출근을 하지 않았고, 다른 이는 나처럼 꾸역꾸역 왔다.
구두가 젖을 거라곤 예상을 못했는데, 다 젖어서 신문지를 구두 안에 넣어 두었다.
'눈이 많이 왔을때 출근하는 법'이라는 메뉴얼은 없었다. 그저 최대한 내 구두가 젖지 않도록 눈이 많이 쌓인 곳을 피해서 출근 했다. '적설량과 신사-논현간 버스이용 메뉴얼' 라는 것도 없었다. 사람들한테 치이느니, 차라기 걷는 게 편하겠다 하여 걸었다.
룰이라는 것은 그때그때 폐기되고, 상황에 따라 다시 만들어진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윤리라는 것은 우연에 휘둘리고, 필연적으로 소멸하게 되는 인간이 자신의 일관된 의지와 불멸하리라는 환상을 지탱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것 아닌가.’ 그것들이 단번에 고민 없는('고생 없는' 이 아닌) 삶의 길을 보여줄 거라는 환상....
인간이 불사의 삶으로 미분법적으로라도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규칙도 없이 마냥 진동하고 있는 것 아닐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